협업: 자폐를 가진 아이가 형제, 또래와 어울려 놀기 위한 전략
관리자 │ 2022-06-21 HIT 545 |
---|
협업: 자폐를 가진 아이가 형제, 또래와 어울려 놀기 위한 전략 자녀의 사회성 발달을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 ASD)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적 교류나 친구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죠. 우리 아이들이 교류를 먼저 시작하거나 때로는 상대방이 교류를 시작하길 기다리는 방식은 남들과 조금 다릅니다.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대화를 먼저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또래 친구에게는 다소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언어 패턴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폐를 가진 아이들도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쌓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특정 행동(가령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너무 자주 또는 너무 열정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가 힘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협동 게임을 알려준 뒤 형제자매부터 시작해서 또래 친구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많이 연습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물론 ‘잘 지냈어?’, ‘주말은 어땠어?’, ‘나랑 같이 카드 게임 할래?’, ‘무슨 게임 하고 싶어?’와 같은 일상적인 교류가 ASD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부모, 형제자매, 또래 친구들과 협업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겠습니다.
협동심 증대를 위한 다섯 가지 전략 1. 시각적 일정표 활용하기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요구되는 기대사항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가령 일을 하러 회사에 갔는데(아직 연습이 부족한 자폐 아동에게는 놀이도 일종의 “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잊지 마세요) 상사가 업무의 종류나 근무 시간을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일을 하라고 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세요. 아마 불안하고 답답하고 무기력해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활동이 계획되어 있다면, 특히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얼만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준비를 시켜야 합니다. ᄋ “먼저 ~를 하고 / 그 다음에 ~를 한다”는 구조의 시각적 일정표를 이용하여 먼저 형제 혹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에는 휴식 또는 독서 등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습니다. ᄋ 어느정도 큰 아이라면 놀이 소요시간이나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일정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표는 최대한 창의적으로 자녀의 관심사나 발달 수준에 맞게 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도록 만들어보세요. 2.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하기 ASD 아동은 대부분은 임의적인 사회적 신호보다 정해진 제도와 규칙을 더 잘 이해합니다. 가령 아이에게(시각적 일정표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때 교대로 번갈아 가면서 할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려줄 수 있습니다. 협업 게임을 통해 한 명씩 교대로 무언가를 하는 법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해적 룰렛”이라는 게임을 이용하거나 게임 진행 시 적용할 수 있는 “네 차례, 내 차례” 규칙을 알려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대화도 이러한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내가 말할 때 상대는 듣고 상대가 말할 때는 내가 듣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의 주제는 이랬다 저랬다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죠. 이렇듯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하는 규칙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면 아이들은 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전반에 깔려있는 기본 규칙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3. 시각적 규칙 제공하기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연습을 할 때도, 시각적 일정표를 보여주며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줄 때도, 간단한 규칙 목록을 항상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나 규칙은 짧고 명료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규칙을 작은 메모지에 적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세요. 처음에는 이렇게 규칙이 적힌 메모지를 보여주다가 점차 좀 더 섬세하고 가벼운 방식으로(가령 작은 메모지에 적힌 “규칙”을 재빨리 가리키기 등) 전환합니다.
4. 격려하기 부모와 치료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뭐든 잘 해내기를 원하지만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실망감을 스스로 잘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하죠. 아이들을 너무 과하게 격려하거나 지나치게 도와주게 되면 아이들은 실망이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도움을 주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어느 정도 주어야 합니다. 행동 치료사는 보통 “손을 잡고”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다가 점차 간단한 제스처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가령 아이가 자신의 차례임을 인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아이의 손을 직접 잡고 들어서 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처음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아이가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령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에게 제스처를 통해 아이의 차례를 넌지시 알려주는 방식도 좋습니다.
5. 진심 어린 칭찬하기 여기서 “강화”라는 단어 사용을 삼가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을 한 뒤 즉각적인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기대하지 않길 바랍니다. 행동 교정 상담을 받아본 분들은 아이들에게 “예쁘게 하자”, “얌전히 앉자”, “손을 가지런히 두자”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죠. 하지만 눈을 마주치거나 오랜 시간 집중하거나 손을 가만히 두는 것은 ASD 혹은 관련 장애를 진단받은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적절치 못한 정적 강화를 제공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왜 눈 마주치는 것을 어려워할까요? 이는 아이들이 이중 처리(한 가지 이상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시각적으로 입력되는 정보 대신 청각적으로 입력되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것(행동치료사들은 보통 이를 “순응도(compliance level)”라고 부름)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치료 세션 중에 다양한 감각 활동과 운동 휴식(몸을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휴식 시간)을 끼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럽다고 진심 어린 칭찬을 해줄 때 아이들의 자존감은 올라갑니다. 아이들의 변덕스러운 면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때때로 아이들의 변덕을 너그러이 다 받아줄 수도 있겠죠. 또 아이들이 형제자매와 교류를 할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도 보여야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진심을 담아 하는 칭찬과 기계적으로 하는 칭찬을 구분할 줄 압니다.
사회적 교류에 있어 여아와 남아는 차이가 없을까? ASD를 가진 아이들은 전부 다르긴 하지만 여아와 남아 사이에는 더욱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남아의 ASD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는데 최근에 들어서야 여아의 자폐 증상이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연구되고 있습니다. 보통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보다 자신의 증상을 “마스킹”, 즉 숨기는 데 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은 자폐 진단을 상대적으로 늦게 받습니다. 또한 여자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교류하고 어울리기 위해 또래 친구들이나 형제자매가 교류하는 모습이나 성격 특성을 “흉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 때문에 여자 아이들은 조기 진단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자폐 진단을 받고 나면 우리는 불안 증세 이외에도 여자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남자 아이들보다 더 사회적 교류로부터 숨거나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를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아이들은 겁을 먹지 않고 사회적 능력을 기르기 위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여자 아이들이 사회적 교류에 참여할 수 있을까?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앞서 소개한 다섯 가지 전략을 활용하여 매일 연습하세요. 초반에는 모든 활동들을 아이들의 관심 분야에 맞게 재밌고 간단하게 진행하세요. 아이들에게 이러한 활동의 목적은 아이가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쌓고 친구들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주세요.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우리는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친구를 원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함께 없앨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대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
이전글 | 이제는 자폐 여성의 성관계에 대하여 솔직해져야 할 때 |
---|---|
다음글 | VR(가상현실)이 자폐 아동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