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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아동을 도와주는 방법

관리자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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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와 자폐아동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 맥락 이해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와 그에 알맞은 조치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저는 남편과 차를 몰고 여러 주를 건너 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저녁 결혼식이었고 저는 약간 포멀한 에메랄드색 드레스와 금색 장신구를 차려 입었습니다. 발목 부분에 금색 리본이 달린 스틸레토 힐도 신었습니다.

결혼식에 도착해서 주차 자리를 찾던 도중, 교회로 들어가는 다른 하객들을 보니 저와는 전혀 다른 의상을 입은 것을 보았습니다. 모두 대통령 관저에 가듯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차림이었죠.

청첩장에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입은 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자리에는 부적절한 옷이었죠. 다른 하객들도 제 드레스의 부적절함을 금세 눈치챘습니다. 굉장히 불편한 하루였죠.

이런 상황은 자폐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맥락맹, 영어로는 컨텍스트 블라인드니스(context blindness)라고 부르며, 자폐와 종종 함께 발생합니다. 저는 오늘 이 기고문을 통해 맥락맹을 다뤄보고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덜 겪을 수 있게 돕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맥락맹(context blindness)이란 무엇인가?

맥락맹은 쉽게 말해 자신이 처한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결과, 부적절하게 행동하고 말하거나 또는 부적절한 옷을 입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상황의 맥락에 맞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저는 그 부적절한 에메랄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순간 제가 실수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를 바로 깨닫진 못해도, 당장 눈 앞에 펼쳐지는 불편한 감정들을 견뎌낼 순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예를 들어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외칠 때, 이에 동참하는 대신 깜짝 놀라게 되고 두려워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소리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황홀함 속에 눈물을 흘리는 게 화가 잔뜩 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만일 당신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누군가의 행동만 바라본다면 두려움이 엄습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분야를 빠삭하게 이해하지만 나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 이는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에 너무 몰두해서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되는 건 일을 할 때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 하나만 보고 열을 놓친다면 그건 장점과는 거리가 멀죠.


마음맹

맥락맹은 상대의 바디 랭귀지 혹은 목소리의 톤을 놓치거나 표정을 오해하는 일, 또는 특정한 자리나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런 사항들을 놓치면 사회적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맥락이나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마음의 맹 또는 마음맹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감정적 반응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울고 있는 사람의 사진에서 그 얼굴만 보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래서는 그 사람이 울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없겠죠.


자폐로 인한 맥락맹이 끼치는 영향

맥락맹은 단순히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 외에도 일상에 영향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자폐로 인한 맥락맹은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오랜 시간 나타나면 본인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또는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맥락맹이 중요한 이유

정신 건강과 사회적 활동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가 우울증과 불안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우울증과 불안감은 그 자체로 다양한 문제를 끌어들이며 이미 어려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포함합니다.

    좋아하는 활동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거나

    자해를 하거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회적 교류를 피하는 행위

이는 어떻게 보더라도 우울증과 불안감에 대해 상세한 기술이 아닐 것입니다. 허나, 이 증상만 두고 보더라도 이에 수반되는 고통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맥락맹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

피터 버뮬렌 박사는 그의 논문자폐: 마음의 맹과 맥락맹에 대해Autism: From Mind Blindness to Context Blindness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감수성,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은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극 그 자체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언어나 소통 및 사회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작별인사를 하거나 혹은 그저 택시를 세우고 싶은 걸 수도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의 뇌가 마련한 놀라운 방법이 바로 맥락감수성이다. 이를 통해 모든 감각자극에 수반되기 마련인 모호함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행동할 수 있다.

맥락 이해도가 없다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한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멀어지거나 또는 그런 본인이 스스로 교류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죠. 마찬가지로 경찰, 교직원, 혹은 상사나 매니저 같은 중요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맥락감수성은 공공장소나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 또는 가정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때를 비롯해 어디에서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모든 정보처리과정을 통해 상황을 납득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일종의빅 픽처를 주고, 이는 여러 영향과 힌트를 통해 적합한 반응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버뮬렌 박사가 제시한 사례입니다. “초인종이 울리자 어머니가 자폐를 가진 일곱 살 아들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하였다. 아들은 대문이 아닌 뒷문을 열어주었다. 아들의 행동은 논리적이었으나 뒷문을 선택한 건 맥락을 벗어난 일이다.” 

 

맥락맹이 중요한 순간

주변 상황에 집중하여 맥락적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사회적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법을 최대한 배운다면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활동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될 것이며,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기쁨과 만족을 얻을수록, 타인과의 만남을 두려워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맥락을 이해하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사람이 타고나지 않은 부분은 교육을 통해 훈련할 수 있습니다. 맥락맹을 겪는 자폐 아동들도 사회적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다른 사람의 표정을 정확히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사회규범을 따를 수 있게 한다면 사회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맹인용 점자 (=감정인식훈련)

버뮬렌 박사는 감정 인식 훈련이 자폐 영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표현이 담긴 얼굴 사진이나 이미지를 자주 활용한다. 반복학습을 통해 자폐아동들이 사진이 전달하는 감정을 학습할 수는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감정인식 반응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맥락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감정인식훈련은 맹인용 점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통해 타인, 때로는 본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런 감정이 나타난 원인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맥락이해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에서 주어지는 정보를 습득하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결론을 내리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이는 안경을 쓰는 행위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안경 (=사회적 이야기)

사회적 이야기를 통해 맥락맹을 겪는 아동들에게안경을 씌워주고 맥락감수성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압박감 없이 특정한 상황에 담긴 뉘앙스를 보여주고 이로써 아동들이빅 픽처를 선명히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누군가에게 울고 있는 한 아이를 보여주되 그 밖의 다른 맥락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부모가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칠 지도 모릅니다. 그 반대로, 부모가 없다고 생각하며 경찰서에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러면 납치 혐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과장된 예시지만, 핵심은 이렇습니다. 맥락이 행동을 결정한다. 자폐아동과 함께 줄거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이야기에서는 상황을 바꾸고 사소한 디테일을 첨가하며 자폐아동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어떤 사회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라식 수술 (=언어전문가의 도움)

버뮬렌 박사는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경쟁력에는 사회적 스킬 이상이 요구된다. , 맥락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고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이 사회적 영역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 프로그램은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사회성 스킬 발달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점자안경같은 일시적인 해결책도 즉흥적인 이해력, 처리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지만, ‘라식 수술이라고 하면 현재와 미래에도 활용할 수 있는 온전한빅 픽처를 볼 수 있게끔 도와주는 활동을 가리킵니다.

언어 및 언어병리학자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맥락적 감수성을 발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들이 제시하는 전략에선 부모들이 다음과 같은 항목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의사소통: 반어법, 비속어 및 불필요한 단어 사용을 자제할 것

      맥락을 포함하거나 맥락이 없는 상황 모두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스킬을 연습할 것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어떻게 상황을 해석하는지 파악하고 각기 다른 맥락을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

      사회적 이야기를 활용할 때 다양한 맥락적 예시를 제시할 것

      타인과 의사소통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전략을 찾게끔 도와줄 것

      오해가 발생했을 때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해결하는 법을 알려줄 것


연습을 통해 증진할 수 있는 사회성 스킬, 더 나아가 제2의 천성이 될 수 있는 스킬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적 이해도를 기르고 이를 얼굴의 감정표현을 파악하는 방법과 필요한 감정표현을 전달하는 방법에 결합하고, 이에 더불어 순간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적절히 행동하는 것은 너무 큰 요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 능력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며, 이를 통해 확실하고 영구적인 결과와 미래의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결론

우리는 모두 우리의 자녀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직면할 수 있는 어색한 불편함을 피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전체적으로 보고 어디서든지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를 우리 모두는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의 정신건강을 무엇보다도 중요히 여기고 자녀들이 만드는 교우관계가 우리에게는 금쪽 같습니다. 맥락적 감수성은 이 모든 부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혹자는 말합니다. 본다는 것은 맥락적 처리를 하고 주어진 정보에 적절히 행동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는 타인과의 교류가 유익하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더 나아가, 타인과 유대감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지속되게 됩니다.

부모인 우리들보다 우리 자녀들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사랑과 신뢰,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의지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도움과 일부 기술들, 그리고 조금 훈련을 통해서라면 자녀들의시각장애시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녀들이 타인과 유대하고, 또 좋든 나쁘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갈 때 우리가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Vermeulen, P. (2015). Context Blindnes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Not Using the Forest to See the Trees as Trees. Focus on Autism and Other Developmental Disabilities, 30(3), 182–192. https://doi.org/10.1177/1088357614528799

Spain, D., Zıvralı Yarar, E., & Happé, F. (2020). Social anxiety in adults with autism: a qualitativ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studies on health and well-being, 15(1), 1803669. https://doi.org/10.1080/17482631.2020.1803669 Peter Vermeulen, PhD. November-December 2011. Autism: From Mind Blindness to Context Blindness. Autism Asperger’s Digest.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Peter-Vermeulen-2/publication/249991279_Vermeulen_P_2011_Autism_from_mind_blindness_to_context_blindness_Autism_Asperger’s_Digest_Magazine_Nov-Dec_39-41/links/0c96051e7dc09a998a000000/Vermeulen-P-2011-Autism-from-mind-blindness-to-context-blindness-Autism-Aspergers-Digest-Magazine-Nov-Dec-39-41.pdf

 

  

출처: Autism Parenting Magazine

 

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대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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