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연애예능 전성시대 : K-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가능할까?

장지용 │ 2023-02-17

3.png

HIT

326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대세는 연애 예능이다. 심지어 해외에도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트 시그널>이니 <솔로지옥>이라던지 해외 포맷인 <투 핫> 등이 그렇다. 기본적인 구성은 선남선녀들이 한 장소에 모이거나 하는 식으로 연애 상대를 그중에서 찾고 그렇게 형성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거의 성공한 직장인이라든지 모델 등이 섭외되곤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에 자폐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잘해도 0%.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자폐인이 연애한다고 주장을 하면 그리 사실인지부터 의심하는 비율이 더 높을 것이고, 아니면 성폭력을 위장하기 위한 술책인 것으로 오해하는 비율도 있을 것이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10회의 주제가 바로 이 문제였고 의외로 논쟁적인 지점이었던 것은 이러한 인식이 남아있음을 보여준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일단 기반 조건을 살펴본다면, 아직 자폐인이 연애할 가능성은 전혀 없음, 산술적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 한국사회에서 자폐인의 연애라는 것은 거의 있다가는 신문 화제의 인물이랍시고 기사로 실려도 이상하지 않은 주제가 되리라는 것이다. 만약 자폐인이 결혼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면 아예 결혼 몇 달 동안 방송 인터뷰까지 연속으로 초청받아 아예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특별 출연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연애 예능에 진출할 수 있는 성공한 자폐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자폐인이 대기업에 갔다면 대부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취업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고, 대기업 본사의 정식 직제에 있는 일반직 사원은 전혀 없다. 자폐인 출신 모델 등 외모가 받쳐주는 사례는 더 없다. 한국에는 아직 방송계 등에도 통할 수 있으면서 외모만으로도 방송계 진입이 가능한 자폐인도 없다. 하긴 한국에는 미국의 알렉시스 와인먼처럼 미인대회에 나간 자폐인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에 자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한 자폐인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을 했으나, 나중에 자폐인 정체성을 공개하더니만 결혼정보회사 측은 환불’, 즉 회원 자격 박탈 통지를 하였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정보회사는 자폐인 출입금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성공한 포맷인 <러브 온 더 스펙트럼> 같은 방식도 기획해 볼 가치는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연애를 과제로 내세울 자폐인의 비중은 찾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나마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는 자폐 인권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다 보니 자연히 찾기 편하지만, 한국에서 자폐인 정체성이 발견된 순간 사회적인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자신 또는 자녀의 자폐인 정체성을 공개한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단지 정치적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마저 못해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사회적 여건이 자폐인들의 연애를 가로막고 있다. 자폐인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가능성은? 자폐인이 연애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소득 수준은? 자폐인이 연애를 진행하기 위한 문화적 소양은? 자폐인이 스스로 출퇴근 등을 하는 이동 역량이 있는 수준은? 등등에 대한 답은 으레 없다아니면 부족하다일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자폐인은 단골 데이트 프로그램인 영화관람조차 자기 의지로 영화 한 편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라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한국 자폐인의 당면 과제는 아직 연애가 아니다. 아직도 독립적인 생존그 자체가 당면 과제일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한국 자폐인에게 중요한 요소가 아직도 생존’, ‘독립’, ‘교육’, ‘고용일정도다.

 

그러할 정도니 한국판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을 기획했다면 한국 방송 기획자들은 그 기획안을 거부하였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방송 기획자들은 외국 포맷 따라 한다고 다 좋은 주제는 아니다라는 냉소적인 판단은 곁들여서 그럴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자폐인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원칙이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아닌, 활동을 장려해도 결과적으로 시간 떼우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보호 중심의 원칙이 사회적인 분위기인지라 이러한 것을 깨고 진정 보호되어야 할 것은 보호되지 않는 현실은 이것을 가로막을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폐인에게 연애라는 과정을 통해서 관계를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필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사는 법을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는데, 그들이 그렇게 떠드는 재활의 가치에서도 의외로 좋은 전략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일단 고용 문제 등 대외적인 조건이 해결된 자폐인에게 앞으로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의 형성과 확장일 것이다. 그것을 이끌어낼 동기인 연애는 대단히 좋은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사회에서도 이제 자폐인의 연애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설사 소위 딩크족(결혼은 하지만 자녀는 두지 않는 생활 유형)의 삶으로 끝나더라도 인간관계 설정의 중요한 동기인 연애는 앞으로 한국 자폐인들에게도 좋은 사회로 나오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자폐인과 비자폐인간의 국제 부부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러한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폐인이 세상에 더 잘 살 수 있게 하는 주제가 될 연애 문제를 언젠가는 외면할 수 없게끔 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자폐인의 연애 이야기를 넘어서 결혼 일기라든지 육아 일기도 보고 싶다. 그것이 언제이든 간에 장기적으로는 기획되어야 마땅한 주제일 것이다.


언젠간 내가 어디 가서 한국판 러브 온 더 스펙트럼 평가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물론 내가 출연하면 더 좋고!




작성자
비밀번호
내용
이전글 밧줄 대신 평범한 일상을
다음글 신경다양인에게 불친절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