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학습과 일상, 연결하고 확장하기

김석주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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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과 일상을 분리하여 인식하는 부모님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아마도 기성세대에서 공부란학교나 학원에서 평가받기 위한 도구로서 미래를 위해 억지로 참고 해내야 하는 별도의 과업으로 경험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수학의 미적분은 졸업 이후로 활용해본 적이 없고화학의 원소기호를 몰라도 빨래하고 요리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며국어시간에 줄줄이 외운 댓구법은유법함축적 의미는 시를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10년 넘도록 배운 영어는 오히려 외국인을 피하고 싶은 두려움부터 안겨주었다물론 학문의 탐구는 그 자체로 인류발전의 토대이며 절대적인 존재 가치를 가진다그러나 일상과 유리된 공부 방식의 비효율을 따지지도 않은 채 자식에게 답습시키는 세대 간 강박은 아이러니다.

    

발달장애 자녀에게도 같은 방식을 요구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서너살 아이가 뜻도 모르는 책을 줄줄이 읽으면 천재인가보다 기대로 들뜨고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읽고 쓰면 우쭐한 자랑거리가 되고양의 개념과는 상관없이 구구단을 외우면 영재교육을 검색해본다.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반대심리로 우리 애는 공부 필요 없고 일상생활이나 가르쳐주세요.라고 자녀의 지적 발달 가능성을 아예 접어버리는 부모들도 있다이 또한 공부와 일상을 분리된 과업으로서 인식한 공교육 세대의 오류다.

      

학습은 일상생활의 기술을 익히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며일상은 학습과의 접목으로 확장되고 다양화될 수 있다쉬운 예로 글을 알게 되면마트의 과자 종류가 브랜드별이름별로 낱낱이 인식되어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수리를 알게 되면 돈 계산 뿐 아니라 물건의 수량 예측분배와 조절시간 약속미래 계획 등 사회적인 면까지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특정한 분야에서 우수한 경우 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그러나단지 한두 가지의 기능적혹은 지능적 발달을 이룬다고 해서 다른 일상적인사회적인감성적이거나 창의적인 분야까지 저절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특정분야의 발달은 평가의 기준으로서 높은 점수를 얻거나타인에게 보여줄 특기나 취미로서의 역할로는 가치가 있겠지만장애로 인한 일상적 어려움을 보완하는 것과는 별개가 된다.

 

필자의 아들이 특수학교에 다닐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후일 아무 문서에나 서명하는 불상사가 없기를자신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권리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의 선생님은 효과적인 교수법으로 글과 수 읽기 뿐 아니라 생활능력까지 크게 향상시키셨는데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천적으로 언어적 기능이 어려운 아이니 수첩 목걸이를 해서 그림이나 문자로 소통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초등 1학년이었던 그 당시만 해도 필자의 장애 이해와 인권삶의 질에 대한 시야가 좁다보니 아직은 좀 더 구두적 언어치료에 집중하고 싶다며 거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