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자폐 당사자단체의 확대가 필요한 때

조미정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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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오티즘 엑스포에 참여했던 자폐 당사자단체는 estas 단 한 곳이었다. 그리고 2회 때는 참여 당사자단체가 estas, 세바다, 피플퍼스트로 확대되었다. 각 단체의 참여 인원 역시 늘어났다. estas 관계자에 따르면, 10명이던 회원 수가 20명 대로 증가하였고 지역모임도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세바다 역시 설립 이래로 90명에 가까운 단체 회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폐인 단체의 양적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사전조사로 자폐인 단체’, ‘자폐 당사자단체등의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자폐인 단체로 검색해보니 자폐인사랑협회 등의 비당사자 단체가 먼저 검색되었다. ‘자폐 당사자단체로 검색한 결과 세바다와 estas가 나오기는 했지만 새로운 단체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자폐 당사자단체로 묶이고는 하지만, 세바다와 estas는 성격이 다르다. 자폐인이 모이는 당사자단체는 estas가 유일하다. 사실 세바다는 자폐뿐만 아니라 다양한 당사자를 포괄하는 단체이다. 오티즘 엑스포에 함께 참여했던 피플퍼스트는 세계적으로 지적장애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자폐계의 현실은 옆 동네정신장애계와 비교된다. 정신장애계는 가장 유명하고 파급력이 높은 단체 파도손을 주축으로 다양한 당사자단체들이 지역에 포진되어 있다. 자립생활센터 체계도 잘 조직되어 있어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많은 회원단체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정신장애계는 자폐 당사자계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정신장애계는 학력도 장애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당사자운동의 역사도 정신장애계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편이니 정신장애 당사자단체가 잘 조직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자폐인이 그러한 전선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인지 자폐인의 능력은 정신장애인 활동가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저인지 당사자 역시 피플퍼스트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다. 자폐인도 좋은 활동가가 되고, 좋은 단체를 만들 수 있으며, 정신장애계와 지적장애계가 이룬 것만큼의 성과를 성취할 수 있다.

 

정신장애계에 당사자 전문가가 많이 포진해있는 것처럼, 자폐인 당사자 전문가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많은 자폐 당사자단체가 지역적,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폐 당사자 전문가가 많이 육성된다면 국회에서, 토론회에서 당당하게 발언하는 자폐인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글과 같은 시각은 능력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장애 당사자단체를 타 분야 단체 혹은 비당사자 단체와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불합리함도 명백하다. 단체의 규모와 성과는 절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활동가 및 단체의 규모는 당사자계의 힘이다. 세바다와 estas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경다양성 포럼이 장애계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한 것은 자폐 당사자단체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세바다와 estas만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자폐 당사자단체와 신경다양인 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단체 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자폐계와 신경다양성계를 함께 주도하고 의제를 형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의료계, 가족단체 못지 않은 세력을 구축하여 자폐인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나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경다양성 단체를 만들고 싶은 이가 있다면 세바다 이메일로 연락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빈말이 아니다. 나는 새로운 당사자단체의 등장과 당사자 전선의 확대를 갈망한다. 그러니 새로운 신경다양성 단체가 세바다로 연락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연대할 것이다.

 

국수 한 가닥은 누구나 부러트릴 수 있지만, 국수 한 다발은 부러트리기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사자단체 하나는 꺾이기 쉽지만, 여러 당사자단체가 모인다면 자폐인의 주장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조미정 칼럼니스트 (세바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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