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특수학교 안가요?
권용덕 │ 2023-09-04 HIT 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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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특수학교 안가요? 제가 있었던 남자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남자학교 등굣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과묵한 모습입니다. 무리는 많은데 신기할 정도로 매우 조용한데요. 간혹 친한 아이들이 우연히 등굣길에 만나 인사하며 이야기라도 나누게 되면 속속들이 귀에 들려 옵니다. 하루는 학교 후문으로 가는 등굣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우리 반에 특수가 있는데, 걔는 왜 특수학교에 안가고 우리학교에 왔을까?” 이런 대화들은 애석하게도 아주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당시 학교는 특이하게도 작은 산등성을 경계로 울타리를 치고 특수학교와 붙어있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던 아이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그러게. 여기 옆에 특수학교가 있는데, 왜 우리 학교에 와서 수업도 방해하고 그러나 몰라. 특수학교로 보내버릴 수 없나?” “맞어. 특수가 없었으면 좋겠어.” 학교 후문과 연결된 특수학교 정문을 지나며 아이들의 대화가 끝이 났는데요. 사실은, 더 이어진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닫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까지 이런 존재로 살아가야하는지, 언제까지 이름 없이 ‘특수’로 명명되어야하는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늘 고민입니다. 그래도 고민 끝에는 늘 정답이어야만 하는 답이 놓여져 있습니다. 바로 <존재의 익숙함>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통합교육이 필요하고 존재하는 것이에요. 서로가 다르지만 서로는 언제 어디에서나 익숙한 존재여야 합니다. 「존재의 익숙함」 일반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반은 특수학급이 아닙니다. 비장애아이들과 함께 원적학급에서 학급의 구성원으로 지냅니다. 특수학급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별도의 교육을 지원하고, 통합환경 속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통합교육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유치원을 보면 완전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거의 모든 시간을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며 유치원 생활을 합니다. 특수교사와 일반교사는 함께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놀이중심의 교육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통합교육을 실현해나갑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오면서 현실은 달라집니다.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에서 우리아이들은 원반에서 그림자처럼, 섬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수업참여라기보다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물리적 공간에 있는 느낌도 듭니다. 그냥 그저 조용히 있거나 자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슬픈 현실입니다. 그나마 특수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이루어지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수업에 참여합니다. 어쩌면 통합환경 속에서의 분리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고 진로를 고민합니다. 누구나처럼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하며 사회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학교에서의 생활이 이렇다면, 과연 통합교육은 필요한 것일까요? 그럼에도 통합교육이 필요하고 실행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려움이 많음에도 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라 생각합니다.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처음 만난 사람보다는 같은 동네에서 이리저리 여러 번 마주쳤던 사람이 더 편하고 익숙한 법입니다. 열악한 통합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시간과 경험을 갖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것이고, ‘장애’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를 겪게 될 것인데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의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부족함은 모자람이 아니고, 불편함은 불쌍함이 아닙니다. 이러한 통합교육의 시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같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아이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게 할 것입니다. 이 익숙함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는데 중요한 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최선’이란 걸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좋은 점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려 한다면 아이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입니다. 반면, 아이들의 부족한 점을 보고 할 수 없는 아이로 본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아이가 될 것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교육의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 모두가 이미 소중하고 귀한 존재입니다. 권용덕 특수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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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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