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학교폭력 대처법 7단계.... 한국에선...??(이경아 교수 페북)|

관리자 │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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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스퍼거 초등학생의 괴롭힘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sns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재단에서 autism speacks의 왕따 지침을 번역해두었다.
이 자료를 보며, 한국의 고위험군 (at risk) 학생들이 '회색지대' 에서 얼마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또 한번 절감한다.

 

7개의 원칙 적용해보기.
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지 점검해보고
(지침을 번역한 분도 한국에서는 적용이 다를수 있다고 온건하게 언급하고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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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걸림돌- (진단의 모호함) 정체를 알 수 없다?

 

 

 

2012년 자폐성장애 진단의 세계적인 기준이 되는 DSM-5에서는여러개의 다른 영역으로 흩어져 있던 자폐 관련 범주를 자폐성장애(자폐범주성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로 한데 묶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폐성장애 진단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몇가지 어려움이 있다.
먼저, 자폐성장애는 1급에서 3급까지 등급이 나오는 '중증장애'에 해당한다(장애등급은 6급까지 있고, 원칙으로 보자면 3급도 일상생활에서의 적응에서 외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인지 수준이 정상범위에 있고, 큰 행동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3급 장애로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자폐성장애'는 분명한데, 급수는 줄 수 없는 상태...그럴 때 소아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들은 '자폐성향이 있음/자폐끼가 있다?'이라는 소견서를 내릴 수 밖에 없다(아스퍼거 진단도 선별 진단도구, 혹은 관찰에 의한 의사소견으로 내려진다. 보다 엄밀한 자폐성장애진단도구가 한국에 들어왔지만, 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적다. 또한 이미 아스퍼거 진단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을 기억하자). 게다가 개별 의사가 진단에 대한 정확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연금공단에서 심사를 거쳐 확정되는 과정에서 기준은 더욱 모호해진다. (지금까지의 6개월 이상의) 병원진료기록, 치료(교육) 기록(단, 공인되지 않은 사설 치료기관의 소견은 신뢰하지 않음), 학교에서의 입급형태와 적응정도(특수학교/특수학급/일반학급/특수교육대상자인가, 학교 성적과 교우관계, 학교 규칙 지킴 정도)등이 고려된다). 개인에 대한 자료가 모일수록 한 개인이 여러개의 진단 영역, 즉 자폐성장애, ADHD, 학습장애, 정서장애, 품행장애 등에 걸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게 몇 개월 내에 서로 다른 4개의 진단이 내려졌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사실 이 모든 진단들은 정상범위의 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폐적 특성을 지닌 한 개인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개의 발현형이다. 장애등급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는 부모의 호소가 배부른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복잡한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적다 (2012년 자료에 의하면 등록된 자폐성장애인은 1만 7천명을 약간 넘어섰다)

 

 

 

두번째 걸림돌-(의료와 교육의 간극) 학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공식적인 진단은 의료보건의 영역에 속하며 장애등급은 복지행정과 관련한 영역이다. 반면 교육에서는 '특수교육대상'선정을 통해서 교육적 지원을 제공한다. 여기에서의 맹점은, 분명한 장애영역에 속하고, 장애등급이 나오는 학생을 제외한 고위험군(at-risk)학생은 편견과 낙인, 도움 없음이라는 회색지대의 구멍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사실 특수교육 대상자의 80%가 학습장애에 속한다. 일반학습의 범위에서 약간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상태, 즉 경계선상에 있는 학생들을 일반지원+특수지원(Special Needs)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다. 학습에서도 그러하고, 학교 적응에서도 그러하다. 각 개인의 필요에 적합하게 교육적 계획이 주어지는 상태, 그것이 개별화교육프로그램(IEP)의 실제 개념이다. 그러니 좀더 도움이 많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와 적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도움의 정도가 달라질 뿐, 그 안에는 차별이나 분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학교 행정가(교장/교감), 교사들(특수, 일반, 치료교육교사들), 그외 학교의 실무자들(활동보조인, 간호사, 상담가, 행정실무자 등)이 모두 그를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단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은 원칙적으로는 장애등급이 없더라도 받을 수는 있다. 학교입급의 형태는 장애학생이라도 일반학급 완전통합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은 '원칙적'인 모습일 뿐이다. 어떤 학생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면, 부모가 자녀의 낙인을 걱정하며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을 거부하였거나 교사나 다른 또래들의 도움으로 자녀가 일반학급에서 잘 버티기를 소망한다. 그들이 나쁜가? 지나친가? 그들은 그저 자녀를 지키고 싶은 부모일 뿐이다. 인정하고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 것 뿐이다(실제로 아스퍼거 아동이 특수학급에 갈 때, '이런 애는 우리 애들과는 달라요'라고 말하는 특수교사도 있었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그 상황에 속해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곤란하고 불편해진다.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해도 서로간의 이해와 입장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갈등이 심해질 뿐이다. 회색지대에 낀 애매한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지침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번째 걸림돌-(사람들의 인식, 관계) 소통과 공감이 어려운 것은 누구인가?

 


사실 이번 일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는 게 가장 슬프고 비통한 대목이다.학교는 온통 무섭고 형편없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총체적 난국'상황인 것만 같다. 사람들의 마음과 의지에서부터 출발점이 잘못된 것 같다. 첫번째 서투름, 문제는 생길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문제를 발견했을 때, 모두들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기에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드러내어 파악하고 해결해갈 방법은 없고, 오히려 긁어부스럼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당사자의 약함, 부모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관행에 더욱 좌절하게 된다. 아무도 돕는 자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 이전에도 장애학생들은 묵묵히 무시와 강압을 견뎌왔다. 일반학생 중 왕따와 괴롭힘으로 괴로움을 겪는 이들은 늘 숨을 죽이고 그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더 견뎌라,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구체적인 지침들이 상식적인 선에서 정말 실현될 수 있었으면 한다. 원칙은 동일하되 적용은 각 상황과 개인에 맞추어 유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그래도 지침은 주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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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자녀 지키기: 학교에서 살아남기>

 

 

 

1. 언제나 지원자가 되어주세요

 


모든 이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은 관계의 힘입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첫번째 단계는 언제나 지켜보는 눈동자가 되어주고 아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부모가 왕따를 당한 상황을 못 알아채는 자녀에 대해 비통해하고 '옳은 대처'를 알려주려고 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자신을 거부하고 불편해하는 부정적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시작해서 왕따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괜찮지 않은 것인지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아이가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아이가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십시오. 언제나 지원자가 되어주세요.

 

 

 

2. 자신의 특성을 수용하고 도전적으로 극복해가는 법을 가르치세요.

 


부모와 교사, 의사는 학생에게 그가 아스퍼거/자폐성장애임을 숨기기 쉽습니다. 아스퍼거는 자폐와 다르다, 장애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십시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장애의 기준은 아니며, 하나의 특성이라고 알려주어도 괜찮습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일에 잘 대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특성을 알리고 자신이 처하게 되는 '갈등'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아스퍼거에 대한 이해를 인지 수준과 발달수준에 맞추어 제공하여야 왕따가 자기에게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법과 그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갈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들을 익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학급 친구들을 적절하게 대하는 것과 부적절하게 대하는 것 사이의 다른 점을 아이에게 가르쳐야 합니다.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3. 자신을 옹호하는 법을 가르치세요.

 


자기옹호는 신념이고 철학이자 기술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고 침해하는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폭력적 방법이 아닌 주장과 타협이 사용되어야 하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책임과 의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것도 가르쳐야 합니다. 지나친 자기 연민과 도움 요청을 하는 친구라면, 균형잡을 수 있는 척도를 알려주고 상대에게 요구하는 기준을 자신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IEP(개별화 교육 프로그램: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를 짜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특수학급 교사가 짜는 IEP는 학생 개인의 학습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다. 그러므로 외국지침에서의 IEP 활용을 대체할만한 사회적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 지역사회기반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각각 다른 주제와 목표들로 짜는 게 좋습니다.

 

 

 

4. 학교와의 협의에서 당당함을 잃지 마세요

 


학교에서 자녀를 수용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교사와 학교 행정가와 대화할 때 구체적이고 당당하게 요구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절차적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혼란과 슬픔이 올라온 상태에서 이러한 일을 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회색지대의 고위험군 학생과 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옹호자가 없습니다. 혼자 학교를 상대로 협의를 해야 한다면 부모 두분이 함께 가십시오. 훨씬 힘이 될 것입니다. 요구사항을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학교에서 가능한 대책을 먼저 제시하게 하고 학교 왕따에 대한 중재 지침 등에 근거하여 학교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피해당사자 직접 지원 2. 가해당사자 사과, 징계 및 교육 3. 학급 인권 교육 4. 학교 교사 교육 5. 재발 시 대처 방법 및 처리 수준 미리 정하기 등이 협의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긍정적 행동지원(PBS, Positive Behavior Support)에 기반한 장애학생의 학교 기반 중재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바 있습니다. Wee센터에서 지원하는 학교 왕따 방지 프로그램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학교기반 중재 프로그램이 시행되어 학교와 공동체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수용하도록 힘을 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5.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결에 머무르지 마세요

 


부모들은 자녀의 불이익과 괴롭힘 당함에 대해 혹시 더 큰 피해를 당할까봐 참고 넘어가는 경향이 큽니다. 그 일이 반복적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알리세요. 당당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말아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인생에서 큰 트라우마가 됩니다. 그것에 대한 대처,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하였는가가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인상을 줄 것입니다. 만약 학교가 괴롭힘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옹호기관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경우를 보고할 때에는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노출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로 인해 위축되고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다시 첫번째 조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숨기는 마음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그리고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함께 힘을 내야 할 것입니다.

 

 

 

작성;2015.7.4 이경아 facebook

 


참고: “7 Steps to Take a Stand Against Bullying,” Autism Spe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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