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찾아 삼만리
조미영 │ 2024-03-18 HIT 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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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1명 모집 주간보호센터 안내문을 보고 또 본다. 기능 평가가 아니고 추첨이라니 운이 좋으면 선정될 수도 있겠다. 2주 적응기간을 두고 공격적 성향이나 단체 활동에 맞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는 협박성 문구가 눈에 걸린다. 우리 사회에서 중증 자폐성장애인을 반기는 곳은 없다. 혹시나 기대하며 집 가까운 복지관에 전화했더니 역시나 대기자가 200명이란다. 허수가 많으니 50명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지만 누군가 그만둬야만 자리가 생기니 요원하기만 하다.
평생대학원이라 이름 붙은 곳은 사회복지사 1명이 10명의 이용자와 함께 학습 위주라니 스스로 모든 일을 수행할 줄 아는 사람만이 대상이겠다. 이용료도 월40에 식비 별도라 50만원 넘는 비용 생각하면 선뜻 나서는 사람이 드물 것 같다. 그래선지 상시 모집으로 안내가 되어 있다. 그래도 입학이 허용된다면 기꺼이 보내겠지만 이런저런 기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아들 생각하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다. A보호작업장에서 힘든 이용자로 낙인찍힌 지인의 아들은 그만 두길 종용하는 종사자들의 언행에 질려 2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B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갔다.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긴 해도 하루하루 잘 다니고 있으니 마음 놓인다는 지인의 가느다란 미소가 아프게 느껴졌다. 학령기 이후 성인 장애인들의 낮 활동을 위한 기관이 태부족이다. 오래 된 얘기지만 유명 정치인을 찾아가 성인 장애인들의 갈 곳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더니 ‘왜 갈 곳이 없어요? 대학 가면 되잖아요’ 했다는 말에 기함한 적 있다. 자녀가 대학을 원하면 당연히 갈 수 있다. 교육은 투자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대학을 선택한다면 비싼 등록금은 투자가 아닌 과소비가 될 것이다.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학문에 뜻이 없다면 대학보다는 직업 쪽으로 관심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학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어엿한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많으니 누구나 대학이든 직업이든 선택의 폭이 넓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 같다. 주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는 문턱이 높아 중증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에서 12년, 그나마 운 좋으면 전공과 2년을 더 하고 사회로 나오면 이들을 받아 줄 사회적 장치는 미흡하다. 졸업 후 집에서만 가족의 보호 아래 살다보니 외출을 꺼려하고 그것이 고착되어 좁은 집 안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이 보았다. 부모들이 노숙농성과 삭발 등의 강력 투쟁 결과 평생교육센터가 만들어졌지만 골고루 혜택을 봐야한다는 조건으로 이용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었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 기간을 다 채운 아들은 이제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딘가를 가야할 곳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코로나로 인해 기관이 폐쇄되고 아들과 매일을 지내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소속된 기관이 있었기에 일정 기간 지나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으로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집이 편해져서 나가지 않으려고 움츠려 드는 걸 막기 위해 매일 어딘가를 찾아 나가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디든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아들에게 맞는 곳인지 고려해야 하는 건 언감생심, 빈자리가 없다는 사실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때로는 가열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부모운동에 함께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아들 보낼 곳이 없다는 현실은 그저 막막하다.
의미있는 낮 활동을 위해 요구했던 주간활동서비스는 장애 당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꽤 높다.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을 활용하여 견학과 체험 위주로 진행하니 다양성이 주는 즐거움이 커 보인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서 우선 대기자로 행정복지센터에 서류만 제출한 상태다. 필요한 만큼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국가, 우리에겐 너무 멀리 있다. 여기저기 복지관에 전화하고 대기자로 지원 서류를 제출했다. 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직업훈련센터, 2030 아카데미 등, 평생교육센터를 다닐 때는 이런 기관들에 언제든지 입소가 가능한 줄 알았다. 엄마들이 갈 곳 없다는 말이 자녀에게 맞는 곳을 찾느라 그런 줄 알았다. 길면 5년 짧으면 2년 이용기간이 정해진 기관들이 분명 곳곳에 있는 걸 보며 살았다. 하지만 막상 이용자로 등록하려고 보니 하늘의 별따기다. 갈 곳을 찾지 못하면 아들 그림자로 24시간을 함께 있어줘야 한다. 하늘과의 거리를 좁혀 주는 일, 별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 그것을 원하는 이들이 손쉽게 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국가의 의무라는 생각이 서글프다.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오늘은 유난히 춥고 길다. 조미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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