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의 날이 진정으로 자폐인을 위한 날이 되려면
조미정(세바다 대표) │ 2024-04-17 HIT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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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은 자폐인의 날(혹은 자폐 인식의 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자폐인의 날 행사가 열리고, 곳곳에서 자폐인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밝힌다. 자폐 관련 단체에는 기부금도 전달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폐인의 날을 만끽할 수 없었다. 한 당사자는 기념식 도중 뛰쳐나가 울기도 했고, 한 당사자는 행사를 비판하기도 했고, 한 당사자는 공존하는 정신장애 삽화에 시달렸다. 자폐인의 날 그 자체라든지 행사의 내용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폐인의 날 때문에 당사자가 불행해졌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폐 당사자는 매일같이 위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날이 하필 자폐인의 날이었을 뿐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대부분의 소수자들이 겪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 프라이드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성소수자의 경우는 일 년 중 하루를 축제로 살고, 나머지 날들을 장례식 속에 산다고 한다. 퀴어 퍼레이드처럼 자폐인의 날을, 어쩌면 어티스틱 프라이드(autistic pride day, 자폐인 긍지의 날)를 성대하게 한다고 해서 자폐인의 삶을 변화시킬 순 없다는 점이다. 자폐인의 날이라든지, 자폐인 긍지의 날을 성심성의껏 기념하는 이유는 자폐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이라는 걸 천명하고 자폐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폐인의 날 행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폐인의 날 행사를 통해 자폐인의 삶을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사회가 지금처럼 자폐인의 날만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나머지 날은 당사자를 못 본 체한다면 364일뿐만 아니라 자폐인의 날마저도 자폐인이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자폐인에게 단 하루만의 주인공 같은 날을 선물하고, 나머지 364일을 슬픈 시간 속에 살도록 내버려두지 말라. 자폐인의 날이 4월 2일 단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닌 365일 내내 이어질 수 있도록, 매일이 자폐인의 날이 될 수 있도록 사회가 반성하고 나아가야 한다. 조미정 칼럼니스(세바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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