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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선거: 어느 자폐인이 후보자에게 건네는 ‘면접 질의 사항’

장지용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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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선거: 어느 자폐인이 후보자에게 건네는 면접 질의 사항

 


장지용 칼럼니스트



드디어 때는 되었고 2022년 대통령선거전은 시작되었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서 회신할 후보자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어야겠지만, 어쨌든 자폐인으로서 무언가 면접 질의 사항을 만약에보낸다면 아마 이런 질문이 될 것이다.

 

첫째, 성인 자폐인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한국에서 자폐성 장애 정책의 주요 관심 대상은 주로 아동기에 집중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의아하겠지만 최근 들어서 성인 자폐인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점점 늘어날 성인 자폐인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믿고 있는지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마치 자폐성 장애 정책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을 위반한, 어떻게 답변했다가는 즉시 면접 탈락통보를 내릴 수 있는 질문이다.

 

둘째, 성인 자폐인 문제를 돌봄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사자 집단에 있어서 돌봄이라는 단어는 솔직히 기분 나쁜 단어로 비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어도 돌봄이라는 명분을 이유로 억제하려는, 일종의 할 일 하지 말고 거기에만 있어!’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성인 자폐인 정책에서 돌봄만을 답안지라고 답변했다면, 여기서 면접 탈락을 통보했을 것이다. 성인 자폐인 정책은 단지 돌봄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당사자 집단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당사자 집단은 돌봄이슈를 대단히 싫어하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셋째, 자폐 문제 = 치료 문제로만 해석하시나요?

아쉬운 사실이지만, 자폐 문제의 핵심은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 최근 자폐인 당사자 사회에서 극성으로 강조하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치료운운하는 집단을 자폐인 당사자 집단에서는 경멸하는 것이 서구권 자폐인 사회의 특징이다. 한국의 estas도 최근 들어서 이러한 서구권의 인식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고, 자폐 문제는 곧 치료 문제로 해석하는 시도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오히려 자폐인들은 사회 및 경제적 지원과 인식개선 이런 것에 더 많은 수요를 느끼고 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여기서 자폐 = 치료 이런 공식에 갇혀있다면, 아니면 자폐증운운하는 말 나왔다면, 여기서 면접 탈락을 통보할 것이다.

 

넷째, 자폐인 평균 소득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요?

이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자폐인 평균소득은 극단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장학퀴즈 하듯이 정답을 말하면 825천 원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10만 원도 못 버는 수준의 자폐인도 있다. 초단시간 근무의 영향도 있지만, 자폐인이 일하는 곳이 최저임금 등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오히려 보호작업장등의 명분으로 임금 보장이 안 되는 곳에서 일하는 비율, 또 비정규직 비율이 극단적으로 많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저번에 대통령선거 토론회를 보다가 다른 질문이었지만 중요한 수치 계산을 너무 안 했던 후보가 계시는데, 이것을 틀리면 대단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만약 그 후보에게 이 자폐인 평균소득이 얼마냐는 질문을 했다면 적어도 찍어서라도 답할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이 질문에 답이나 제대로 했으면 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를 제대로 몰랐거나 이 퀴즈를 틀렸다면 우리는 면접 탈락을 통보할 것이다.

 

다섯째, 자폐인이 대학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더 나아가 졸업하는 것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비장애인들에게는 흔한 일상인 대학 졸업. 그렇지만 자폐인에게는 험난한 코스를 뚫고 마치게 되는 그러한 개념임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폐인의 대학 졸업 비율은 8.9% 수준이다. , 존재는 하고 있지만, 그 수는 적다는 것이다. 아직도 자폐인이 대학 졸업을 한다는 것이 뉴스거리인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당사자가 안간힘을 써가며 공부하고 그런 것은 적게 나오고 어머니가 희생했느니 그딴 소리만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자폐인이 대학 졸업하는 것이 뉴스인 현실에서, 이제 대학이 생존하려면 자폐인 학생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까지 온 마당에 과연 자폐인 학생을 대학에 입성하고 졸업까지 나가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주요 인재가 될 수 있는지를 그들에게 궁극적으로 묻고 싶다. 진짜! 그런데 이를 어떡하나, 이미 대한민국에도 자폐인으로서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를 넘어 박사 학위자까지 있는데 대통령 후보들은 이 사례까지 외울 수 있을라라는, 걱정스럽다. (심지어 나도 지금 대학원 진학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러한 다섯 질의 사항을 통과할 대통령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주요 4당 후보들을 모두 불러놓고 내가 이런 질문을 했다면, 과연 내가 합격점을 주고 싶은 후보가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자폐증이라고 말 안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가는 면접인데도!

 

여담: 그리고 자폐성 장애 관련해서 봤던 대중 매체물을 이야기했을 때, 만약 레인 맨이나 말아톤을 이야기했다면 그것은 탈락임을 미리 말해준다. 자폐성 장애에 대해 편협한 시선으로 비쳤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도 그 두 작품은 대단히 경멸할 수준) 적어도 자폐인들이 적당했다고 평가한 서사인 별나도 괜찮아러브 온 더 스펙트럼정도쯤은 나와야 합격점을 줄 수 있는 것이 자폐인들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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