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적응을 위한 부모의 지원

이경아

장애부모/교육학박사/청소년상담사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하죠?” 오랫동안 부모상담을 해왔고 이제는 정말 단단해졌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아이의 학교입학과 함께 ‘말짱 도루묵’이 되어 막막한 질문을 가득 가져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이’는 새로운 과정으로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초등 전이는 아이와 부모로서는 정말 큰 도전일 수 밖에 없고, 처음 겪는 일 앞에서 부모님들도 너무 떨리고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자녀와 부모가 모두 성공적인 전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찬찬히 계획하고 모두의 협력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쫄지말고, 파이팅!

첫째, 가정과 가정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통합 활동을 늘려나가세요.

학교가는 일은 가정과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더 큰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 가족이 평소에 얼마나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 아이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우리 동네에서 자녀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아이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하였을수록 새로운 교육기관의 낯선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고 잘 적응할 것입니다. 주변의 이웃에게 자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의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도 자녀의 적응을 돕습니다.

둘째, 자녀의 장점과 우선적인 지도가 필요한 점을 잘 파악하세요.

부모는 자녀의 발달 중 지체된 부분을 걱정하고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부모의 불안이 더 커져서 현재 아쉬운 부분, 아직 이루지 못한 학습적인 내용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쉽습니다. 자녀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인색해지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잘못하는 것만 지적받고 자꾸 재촉받으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정서가 불안해지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쉽습니다. 장점에 기반을 두어서 자신감을 키우고 우선적으로 지도해야 할 부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집중시간이 짧고 산만하지만 신체 활동을 좋아하는 경우, 착석을 강요하고 일정한 시간동안 과제를 요구하는 것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평소의 일과 중에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을 틈틈이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수 세기’를 지도할 때 공을 주고받으며 셀 수도 있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할 수도 있으며 식탁의 숟가락을 셀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잘 배워갈 것을 믿어주세요.

셋째, 자녀의 일과가 미리 안내되고 잘 조정되도록 해주세요.

부모의 조바심으로 인해 자녀의 활동이 지나치게 학습위주로 짜여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자녀의 일상은 자녀의 능력수준과 발달에 맞추어져서 조절되어야 합니다. 정적인 활동과 동적인 활동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성인이 지시하는 상황과 아이가 선택하는 상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습니다. 일과 안에서 활동을 옮겨가는 것도 ‘전이’라고 부릅니다. 일과 전이에 잘 적응하려면 자녀가 예측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단서를 주어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 후에 무엇을 할지, 오후 활동으로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예측,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습니다. 학교 생활에 대하여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학교준비반을 경험시키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시각적인 단서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사진 자료를 활용해 상황이 바뀌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적절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넷째, 자녀의 정서적인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감정을 나누고 공감해 주세요.

정서적인 안정 없이는 좋은 학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습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모두 중요합니다. 자녀가 학습동기를 유지하려면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자신의 정서적인 상태에 대한 인식이 적을 때가 많고 감정을 숨기기도 합니다. 언제나 일관되게 정서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부모의 정서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면서도 안전하게 보여주며 부모와 자녀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의 정서적인 반응에 민감해져야 합니다. 자녀가 언제 즐거워하는지, 언제 슬퍼하는지, 어느 상황에 화를 내는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신변처리, 자조 능력은 중요합니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도를 해주세요.

학교생활에서 밥 먹기, 손 씻기, 대, 소변보기, 옷 입고 벗기, 코 닦기, 신발 신고 벗기, 기타 자신의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의 일상생활 훈련이 허술하고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아지기 쉬운데,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수록 일상생활 기술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어려움이 생길만한 행동을 미리 살펴 구체적으로 연습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부모와 아이’ 만의 상호작용 관계를 지양하고 보다 폭 넓은 상호작용을 계획하고 실행하세요.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는 부모와 교사 등 특정한 성인과의 상호작용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나 실무사, 또래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가 있습니다. 평소에 자녀에게 여러 사람과 만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동생과 욕조에서 물놀이를 신나게 할 수는 있습니다. 아빠와 대중목욕탕에 가보고 나서야 아빠는 자녀가 공공장소에 가서 적응하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자녀가 부모님 이외의 타인들과 관계 맺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일곱째, 자녀에 대한 정보를 준비하여 교사에게 제공하세요.

요즘엔 학교에 가기 전 아이의 생육사, 교육 경력, 우선적인 요구 사항, 아이의 장점, 가정환경 등 교사가 자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미리 만드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녀를 ‘미화’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자녀에 대해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가 자녀를 파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 그만큼 교사는 자녀에 대한 지도 방향을 잡고 방법을 세우는 게 늦어질 수 있습니다. 자녀가 교사와 신뢰적인 관계(Rapport)를 형성할 수 있도록 자녀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세요. 요약되고 간략한 자료가 훨씬 보기 좋답니다.

여덟째, 자녀의 미래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계획을 세워보세요.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이라는 시간이 그다지 긴 세월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영유아기를 지나고 금방 학령기에 들어서게 된 것처럼, 아이는 어느새 자라 곧 학교를 벗어나고 성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자녀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가야 할지, 가족이 어떻게 지원할지 장기적인 계획을 한번 세워보세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표> 초등학교 진학을 위한 준비 (출처: 특수교육웹진)

<그림> 사회적 능력 향상을 위한 상황이야기 (출처: 백석대학교 박현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