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인인 나에게 생기는 가드레일링
관리자 │ 2022-10-04 HIT 389 |
---|
자폐성 장애인인 나에게 생기는 가드레일링 자폐성 장애는 다양성, 자폐인을 권리 주체로 보는 사회 노력 필요 이원무 칼럼니스트
내 가족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했던 말은 이렇다. ‘이상하게 굴지 마!’ ‘목소리 좀 크게 하지 마!’ ’군소리하지 마!‘ ’말 반복하지 말고 조용히 해!‘ ’너 그거 입어?‘ ’좀 민감해져(센시티브해져)!‘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니 목소리 좀 크게 하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들을 때, 나는 처음엔 그게 잘 바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게 잘 바뀌지 않는다. 어느 때엔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는 목소리를 크게 하거나, 좀 더 안다는 걸 보이기 위해 약간 말을 길게 하는 성향이 생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길게 말하지 말고, 간단히 말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길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어쩔 땐 잘되지 않는다. 그러면 미안하다고 한다. 그런데 길게 또 얘기해, 또 지적질을 받으면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다시 길게 말하면, 또 지적질 받는다. 나와 내 가족이 은행에서 거래하게 될 일이 있을 때 꼭 알아야 할 경제용어나 금융상품에 대한 조건, 지식 등에 대해 물어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어보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또 물어보고 상대방이 말하면 내가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다 말을 반복할 때가 있는데 가족들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해 가는 구석도 있지만, 나의 금융상품이고, 내가 알아야 하는 거면, 이해가 될 때까지 물어본다. 가족이나 상대방이 볼 때는 솔직히 성가시지만, 그렇다고 군소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나의 알 권리를 뺏기는 것 같아 더 화난다. 그래서 이해가 되고 나면, 그때서야 시원하다. 그때는 잘못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가족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가족들이 나의 알 권리를 침해했기에, 내가 오히려 가족들에게 역으로 공격하며, 그런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한다. 내가 어떨 때 상대방의 감정을 잘 고려하지 못하고, 어떤 말을 하면 누나들로부터 ’너는 왜 센시티브하지 못하니?‘란 말을 듣는다. 그러면 센시티브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또 다시 나도 모르게 그런 행위를 하게 되면 지적질을 당한다. 누나뿐만 아니라, 과거 직장동료들도 이런 점을 지적했었다. 바뀌고 싶은데, 그게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지쳐갔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나에게 이런 감정들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하거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결정 못 하고 생각이 마비될 때가 있었다. 안 좋은 일이 기억나면 그냥 충동적으로 속에서 화나서 몸을 움츠리며 손바닥으로 다리를 조용히 반복적으로 치던지, 타인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힘 있으면 그 말에 굴복핟다던지.... 그런데 이런 것이 가드레일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드레일링이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더 많은 규칙, 감독, 지도, 지시 등을 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사회가 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로 여기지 않고 배제하는 건 물론, 자폐인이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 완전적응할 때만 인간으로 인정받는다는 암묵적 분위기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음을. 은행거래 시 맥락상 어려운 말이 있으면 약간 예를 들어 설명해가며,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가 이해해 거래에서 당사자 자신이 상품을 이용할지 등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제공하면 어떨까? 실생활에서도 맥락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되면, 자폐인이 상대방 마음에 좀 더 민감해질 수 있지 않을까? 목소리가 큰 게 한편으론 장애특성에서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당사자를 지적하기보단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 어떨까? 여기에 자폐성 장애인의 마음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우리 사회에서 지닌다면 어떨까? 마음이 안정되면서 오히려 차분한 어조로 자폐인들이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가드레일링의 정의 ⓒNeuroClastic 자폐성 장애를 다양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기에 가드레일링이란 현상이 자폐인에게 생길 수 있음을 본다. 자폐성 장애를 다양성으로, 자폐인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사회일 때 가드레일링으로 인한 충동적 감정, 타인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는 것, 사소한 것에도 결정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애의 의료적 패러다임이 팽배한 우리 사회가 인권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에게 가드레일링이 눈을 씻고도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폐성 장애인도 동등한 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반이 마련되도록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
이전글 | ‘꿈을 그리다, 함께 그리다’ - 제2회 오티즘 엑스포를 되돌... |
---|---|
다음글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