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좀 이상한 느낌이에요.” 한 번은 자폐를 지닌 중학생이 저와 함께 장기자랑 사회를 보기 직전, 기분이 어떤지 묻는 제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그건 불안이라는 감정이야. 영어로는 ‘배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느낌’이라고들 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저는 브롱크스에 위치한 특수학교에서 일하는 언어치료사입니다. 학교에서는 장기자랑, 집회,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의 진행을 맡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1년 전부터는 매번 중학생 세 명을 함께 MC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일반 아동이나 성인에게,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은 상당한 긴장을 유발하는 일입니다. 말이 꼬이거나, 당황하거나, 심하면 대본을 까먹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우도 있죠.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 가사를 까먹는 유명 가수,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정치인, 식사 자리에서 무례하게 말하는 친척을 떠올려 보세요.저는 현재 뉴저지의 한 STEM 특성화 학교에서 발표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데, 발표 때문에 느끼는 불안에 대해 자주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표 자체를 두려워합니다. 그렇다면 자폐인에게 발표 기술을 가르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저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발표에서 실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포용적 사회는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사회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기에는 보완 대체 의사소통 기기(예: 동적 디스플레이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포함됩니다.많은 사람 앞에서 말할 때, 자폐인은 비자폐인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청중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어렵고, 상황에 적절한 몸짓과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에도 익숙하지 않으며, 발표 준비 과정 자체도 집행 기능이 많이 요구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제가 가르친 중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발표하고 청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어치료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입니다.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박수와 응원을 받고, 실수했을 때조차 따뜻한 반응을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죠. 우리는 자폐인이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를 바라면서도, 그런 기회를 주지 않고, 기존 화자들만이 독점해온 공간에 이들을 초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변화가 가능하겠습니까?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자폐 아동에게 발표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자신감을 높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냅니다. 이들은 자기 옹호 능력을 키우고, 감정 표현과 조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성장형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발음, 발성 크기, 대화 참여 등 다양한 목표를 설정하고 훈련할 수 있습니다. 비언어적 표현으로는 적절한 자세, 손짓, 표정 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자폐인이 실제 발표 무대에서 발언할 기회를 갖는 것은 장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경험은 자폐인에게 힘을 실어줄 뿐 아니라, 자폐인이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존재임을 타인에게 알리고,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계기가 됩니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언어치료사는 가장 익숙한 환경인 교실에서 작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수업 시간 중 협업 형태로 참여해 아이들이 앞에 나와 친구들 앞에서 주말에 있었던 일이나 지금 기분을 발표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줍니다. 저는 치료 세션에서 아이들에게 제가 앉던 콩 모양 테이블의 맨 앞자리에 앉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세션의 일부를 주도하는 걸 즐기고, 3~6명이 자신을 바라보는 환경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초중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 행사에서 공동 진행을 맡기거나, 수업 중 출석 부르기 같은 일상적인 역할을 맡게 하거나, 소그룹 대화 활동을 자주 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저는 공적 발표 기술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자폐 대학생들이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기준, 약 443,000명의 자폐 대학생이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으며, 이 숫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Underhill 외, 2021). 사회적 관계는 학업 지속률과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Ashbaugh 외, 2017). Sassoon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발달 학생들은 비전형적인 언어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보이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자폐 학생들은 고립감을 느끼고, 의미 있는 또래관계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또한 많은 대학이 자폐 학생이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Underhill 외, 2021). 사회적 교류가 부족한 교실 환경의 부작용 중 하나는 고립이며, 많은 자폐 학생들이 외로움을 호소합니다(Wolpe, 2024).저는 대학에서 발표 수업을 맡고 있는 강사로서, 의사소통 역시 다른 기술처럼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모든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자폐 진단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스브레이커, 인터뷰, 인터랙티브 게임 등 다양한 참여형 활동을 통해 학생 간 유대감을 키우는 것은 포용적 교실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됩니다.첫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서로를 인터뷰하게 한 뒤, “우리가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하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수와 학생 모두가 포용적 환경 조성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소그룹 토론에서 서로 도움을 주거나, 학교 행사나 사회 활동 정보를 공유하며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신경전형 학생들이 발표 시에는 자막이나 시각 자료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교수들은 학생들이 교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전면 발표자로 세우기 전에, 일대일 또는 소그룹으로 특정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는 기회를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저는 발표 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정서 조절 전략—복식호흡, 아직 같이 작업해보지 않은 사람과 협업하기, 비디오 모델링, 발표 중에 활용할 바디랭귀지나 표정 제시하기 등—을 모든 학생과 함께 연습합니다. 저는 모의 면접 발표를 수업에 포함시키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폐인은 일자리를 구하거나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고용 평등을 인간의 권리로 규정한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와는 분명히 어긋나며, 다른 장애 집단과 비교해도 자폐인의 고용률은 현저히 낮습니다(Cheriyan 외, 2021).공적 발표 수업과 교육기관 내에서 자폐인을 위한 현재의 지원과 장벽이 무엇인지, 이를 탐색하는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필요를 알리고, 전문가들이 조기에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사회적 관계를 더 잘 형성하고, 학업에서도 성공하고, 면접도 잘 해내고, 더 나아가 고등교육 이후의 삶에서도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부모님들께도 아이가 거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자신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자폐인의 필요를 조명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마이크를 건네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작성자 소개니고라 라우포바(Nigora Raufova)는 뉴욕 브롱크스의 공립학교에서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치료 및 조기 개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어치료사이며, 뉴저지 공과대학교에서 발표 수업을 가르치는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입니다. 콜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메일: nraufova@gmail.com)출처 : Autism Spectrum News#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발달장애이야기 #자폐 #자폐인 #오티즘 #자폐성장애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발표기술 #사회성기술 #포용교육 #자기옹호 #취업지원
자폐 아동 미워시의 음악을 통한 자기 표현 여정보제나 가시오르는 자폐 진단을 받은 아들 미워시가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놀라운 성취를 이룬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2살 때 자폐 진단과 낮은 IQ에도 불구하고, 보제나는 포기하지 않고 미워시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음악은 그들의 소통 방식이자 미워시가 학교 생활과 학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이 영상은 미워시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시작하여, 음악이 그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보여줍니다.보제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고, 자폐청년이 자막삽입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영상 출처 - youtu.be/33oLPaZmNq0#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발달장애이야기 #자폐 #자폐인 #오티즘 #자폐성장애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음악치료 #자기표현 #부모의사랑 #희망 #영감
동작을 분석하는 혁신적인 인공지능(AI) 기반 관찰 기법을 활용한 한 연구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 행동이 자폐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자폐 아동은 흔히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고, 사람과의 상호작용 중 주의 집중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눈을 피하는 경향은 자폐 진단에서 가장 잘 알려진 행동 지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발달한 아동조차도 일상적인 놀이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눈맞춤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진단 기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자폐 행동 지표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화동사범대학교 산하 상하이 교육용 인공지능연구소의 루 취(Lu Qu) 박사와 류 차오윈(Qiaoyun Liu)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2025년 3월 17일, <ECNU Review of Education>에 발표되었으며, 자폐 아동과 일반 발달 아동이 놀이 상황에서 보이는 사회적 주의 패턴이 유사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두 집단 모두 사람의 얼굴보다 장난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이러한 결과는 "눈맞춤 감소가 자폐의 뚜렷한 특징"이라는 오랜 통념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발견으로 평가됩니다.기존 자폐 평가 방식의 한계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의 자폐 관련 연구 대부분은 임상 실험실 환경이라는 인위적인 조건에서 아동의 공동 주의(joint attention) 능력을 측정해왔습니다. 이러한 검사에서는 장난감 같은 자극물을 제시하고, 아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시선 패턴)를 관찰해 타인의 관심을 따라가거나 유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검사는 대부분 표준화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동이 실제 환경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기존의 방법을 넘어서기 위해, 연구진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환경 속 행동을 방해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AI 기반 관찰 시스템을 활용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시선, 발성,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기존의 실험실 기반 평가 도구인 ADOS(자폐 진단 관찰 도구)와 같은 방식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자 고안되었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보다 현실에 가까운 행동을 포착할 수 있었고, 기존의 표준화된 검사들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의사소통 전략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는 세 집단—일반 발달 아동, 자폐 아동, 발달 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중양식 행동 분석(multi-modal behavioral analysis)으로 진행되었으며, 화동사범대학교로부터 윤리적 승인을 받았고, 중국 박사후과학재단과 국가 중점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이 연구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폐 아동과 일반 발달 아동 모두 놀이 시간의 60~80%를 장난감에 집중했고, 성인 얼굴을 바라본 비율은 단 6~14%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행동이 자폐인에게만 고유한 특성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또한, 양육자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 역시 상호작용 중 공동 주의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2022년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연구와도 일치합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자폐 여부와 관계없이, 자연스러운 놀이 상황에서는 아이들이 얼굴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자폐에 대한 이해와 진단에 주는 시사점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 아동의 주의 집중 양상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폐 아동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오랜 통념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폐 아동이 일반 발달 아동보다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는 빈도가 더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아동들이 특히 놀이 상황에서, 눈맞춤 외에도 다양한 의사소통 단서를 활용해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이러한 결과는 임상 실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은 자폐 아동 대상 개입은 주의 집중 향상과 눈맞춤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접근이 모든 자폐 아동, 특히 놀이와 관련된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신, 저자들은 부모의 손 위치나 제스처 같은 다른 의사소통 단서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우리의 연구는 눈맞춤에만 집중한 개입 방식을 재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라고 해당 연구의 주 저자 루 취(Qu) 박사와 류 차오윈(Liu) 박사는 말합니다. 이어 “제스처처럼 더 다양한 단서들을 활용하는 접근이 자폐 아동의 의사소통 발달을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아동의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방식을 반영한 맞춤형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루 박사와 류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AI 시대인 지금, 우리는 자폐의 핵심 특성에 대한 이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나가야 합니다. 기존의 고전적인 연구 틀을 재검토하고, 특히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탐구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연구자는 이번 연구와 같은 시도가, 자폐 아동에게 보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출처 : Sci Tech Daily#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발달장애이야기 #자폐 #자폐인 #오티즘 #자폐성장애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눈맞춤 #공동주의 #AI연구 #신경다양성 #행동지표
누구나 삶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그 전환은 더욱 정교하고 섬세하게 이루어져야겠지요.학교를 졸업한 후 발달장애인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단절이 아닌 ‘순환’으로 이어지는 평생교육과 고용의 길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이 연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공과와 대학, 발달장애인훈련선터를 연계하여 평생교육 체계를 구성하여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순환 모델 설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전공과(MC), 발달장애인훈련센터(TCIDD), 대학(U)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계와 협력의 구조를 (MC-TCIDD-U)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전공과 지도교사 5명, 발달장애인 훈련센터의 전문가 5명과 특수교육과 재활학과의 대학 교수 5명, 총 15명을 대상으로 FGI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FGI 결과로 도출된 주제는 ① 운영의 기본 방향, ② 운영 구조, ③ 매핑(mapping) 유형 세 가지 입니다.1.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연계 운영의 기본 방향1)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종합적인 연계자립생활 지원은 학령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인기로의 전환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유지되어야 합니다. 만약 취업 서비스에만 너무 치중하게 되면 직업훈련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게 됩니다.그러면 기본적인 자립생활이나, 성인기 삶의 전반적인 설계를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은 MC-TCIDD-U 간 연계를 고려할 때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2) 전공과 교육과정과 연계연구 참여자들은 MC-TCIDD-U 간 연계 시 성인기 삶에 전환을 중심에 둔다면 전공과 교육과정과 직업재활 훈련을 연계하여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3) 평생교육과 연계MC-TCIDD-U 간 연계를 할 때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다면 발달장애인의 개별 상황에 맞추어 직업을 탐색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두는 경우 현장 훈련이 필요합니다.연구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하였습니다. 2.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운영 구조 체계연구 참여자들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MC-TCIDD-U 연계 접근 방식에 기반한 9가지의 운영 구조 체계를 제시하였습니다.이 구조는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3.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매핑(mapping) 유형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범주를 실질적인 연계 운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적용 방안은 무엇일까요?연구 참여자들은 유관기관이 각 기관의 기능이나 역할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형식적인 연결이 아니라,발달장애인의 개별 상황과 필요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는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여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와 연결해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1]은 MC-TCIDD-U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여러 모델을 보여줍니다.각 유형은 지원 방식과 흐름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그림 1] MC-TCIDD-U 연계 모델각 모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게시글에서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김영준(2022).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및 고용 순환 모델을 위한 지역 유관기관 간 연계 방안 탐색: 전공과,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대학(MC-TCIDD-U)을 중심으로. 장애와고용, 32(4), 5-47.[국내외연구자료]는 발달장애학생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특수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국내외 학술 잡지나 연구논문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 매월 2회 함께웃는재단 웹사이트에 2013년 8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www.bde.or.kr 국내외연구자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자폐 #자폐인 #오티즘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국내외연구자료 #전공과 #발달장애인훈련센터 #평생교육 #직업훈련 #자립지원
[세계일보] 혼자서 중증 10명 ‘마라톤 돌봄’… “얻어맞고 긁히기는 예사” [심층기획-‘시설’, 그곳에 장애인이 산다]
2025.06.09[경기일보]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 “편견 허물고 꿈의 무대 채우다”
2025.06.09누구나 삶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그 전환은 더욱 정교하고 섬세하게 이루어져야겠지요.학교를 졸업한 후 발달장애인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단절이 아닌 ‘순환’으로 이어지는 평생교육과 고용의 길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이 연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공과와 대학, 발달장애인훈련선터를 연계하여 평생교육 체계를 구성하여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순환 모델 설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전공과(MC), 발달장애인훈련센터(TCIDD), 대학(U)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계와 협력의 구조를 (MC-TCIDD-U)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전공과 지도교사 5명, 발달장애인 훈련센터의 전문가 5명과 특수교육과 재활학과의 대학 교수 5명, 총 15명을 대상으로 FGI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FGI 결과로 도출된 주제는 ① 운영의 기본 방향, ② 운영 구조, ③ 매핑(mapping) 유형 세 가지 입니다.1.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연계 운영의 기본 방향1)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종합적인 연계자립생활 지원은 학령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인기로의 전환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유지되어야 합니다. 만약 취업 서비스에만 너무 치중하게 되면 직업훈련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게 됩니다.그러면 기본적인 자립생활이나, 성인기 삶의 전반적인 설계를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은 MC-TCIDD-U 간 연계를 고려할 때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2) 전공과 교육과정과 연계연구 참여자들은 MC-TCIDD-U 간 연계 시 성인기 삶에 전환을 중심에 둔다면 전공과 교육과정과 직업재활 훈련을 연계하여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3) 평생교육과 연계MC-TCIDD-U 간 연계를 할 때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다면 발달장애인의 개별 상황에 맞추어 직업을 탐색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두는 경우 현장 훈련이 필요합니다.연구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하였습니다. 2.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운영 구조 체계연구 참여자들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MC-TCIDD-U 연계 접근 방식에 기반한 9가지의 운영 구조 체계를 제시하였습니다.이 구조는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3. MC-TCIDD-U 기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 취업의 순환을 위한 유관기관 매핑(mapping) 유형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범주를 실질적인 연계 운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적용 방안은 무엇일까요?연구 참여자들은 유관기관이 각 기관의 기능이나 역할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형식적인 연결이 아니라,발달장애인의 개별 상황과 필요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는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여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와 연결해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 1]은 MC-TCIDD-U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여러 모델을 보여줍니다.각 유형은 지원 방식과 흐름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그림 1] MC-TCIDD-U 연계 모델각 모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게시글에서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김영준(2022).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및 고용 순환 모델을 위한 지역 유관기관 간 연계 방안 탐색: 전공과,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대학(MC-TCIDD-U)을 중심으로. 장애와고용, 32(4), 5-47.[국내외연구자료]는 발달장애학생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특수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국내외 학술 잡지나 연구논문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 매월 2회 함께웃는재단 웹사이트에 2013년 8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www.bde.or.kr 국내외연구자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자폐 #자폐인 #오티즘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국내외연구자료 #전공과 #발달장애인훈련센터 #평생교육 #직업훈련 #자립지원
고등학교와 전공과에 재학중인 장애학생 부모님은 전환교육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장애학생이 고등학교와 전공과 과정을 거쳐 성인기로 전환할 때 부모의 참여 정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의 전환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할 때, 어떤 인식과 요구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본다면 더 나은 전환교육 체계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 연구는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충청북도 내 고등학교나 전공과에 재학 중인 장애자녀를 둔 부모 99명을 대상으로 2020년 9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설문을 병행해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응답자 중에서는 어머니가 87%로 가장 많았습니다.자녀의 장애 유형은 지적장애·자폐성장애·지체장애 등이 다양했지만,88.8%가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자녀의 소속 학교 유형은 특수학교(54.5%)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39.4%),일반학교의 일반학급(6.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부모님들은 자녀의 졸업 후 목표로 고용 및 직업훈련(23.5%)과 일상생활 자립(23.2%),사회적 기술 향상(21.8%)을 가장 중요하게 꼽으셨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졸업 후 목표는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조금 다르게 나타났는데,동일하게 가장 최우선으로 중요하다 응답한 것은 ‘고용 및 직업훈련’이었습니다.고등학교나 전공과 졸업 이후 진로 중 가장 희망하는 것은두 집단 모두 ‘취업(62.9%)’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도 장애인표준사업장(특수학교 72.2%, 특수학급 61.5%)과 직업재활시설(특수학교 72.2%, 특수학급 64.1%)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나아가 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21.3%)에 대한 요구도 높은 것으로 보아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배움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별화전환교육계획(IEP)과 관련해서는, 부모의 절반 정도만이 자녀의 전환 목표가 IEP에 반영된다고 인식하셨고, 57%가 회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고 답하셨습니다. 회의 불참의 주된 이유는 경제활동 등으로 참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64.5%)이었는데,이로 인해 부모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전환교육 프로그램의 필요도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평균 4점 이상(5점 척도)을 기록했습니다. 사회성·대인관계 교육(4.54점)과 자기결정·자기옹호 교육(4.48점), 자기보호·성교육 등의 안전생활교육(4.46점) 등이 특히 높게 요구되었고, 직업 소양교육(4.40점), 교통시설 이용과 같은 이동 교육(4.40점),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4.39점)이나 자리관리와 같은 일상생활 교육(4.20점) 등도 모두 고르게 필요하다고 응답하셨습니다.반면 대학 진학에 대한 필요도는 3.56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님들께서 학교와의 협력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지원으로는‘졸업 이후 성인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 기관 소개 및 연결(28.9%)’과 ‘전환교육 관련 교육·연수 운영(23.4%)’을 들었습니다. 정기적 상담(13.74%)과 가족 휴식 지원(11.3%), 학부모 자조모임(4.5%) 등도 선호하셨습니다.전환교육 운영을 위한 지원으로는 ‘지역사회 내 시설 및 설비 확보(18.8%)’와 ‘전문 인력 충원 및 예산 확보(17.1%)’가 핵심 과제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컨트롤타워 역할 기관 지정(10.5%),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7.3%), 전환교육 정보 탐색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개발(3.8%) 등 체계적인 인프라 강화가 요구되었습니다.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는 전환교육 정책과 현장 실행 단계에서 부모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를 독려할 방안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공이나 연수 녹화본 공유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사회 인프라와 인력·재정 지원을 확대하여 장애학생이 졸업 후에도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역시해결 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참고문헌김경화, 이현주(2021). 전환교육에 대한 장애학생 부모의 인식 및 요구. 특수교육학연구, 56(2), 21-43.[국내외연구자료]는 발달장애학생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특수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국내외 학술 잡지나 연구논문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 매월 2회 함께웃는재단 웹사이트에 2013년 8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www.bde.or.kr 국내외연구자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자폐 #자폐인 #오티즘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자폐국내외연구자료 #전환교육 #학부모인식 #취업지원 #자립생활 #평생교육
류승연 작가평소처럼 아들(자폐성 장애)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아들은 오른손에 쥔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댄 채 왼손은 하늘을 향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민 채 보통 사람의 두 배쯤 되는 큰 보폭으로 마치 뛰듯이 걷고 있었다. 티가 나는 것이다. 아들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발달장애인이다”를 알아차릴 수 있는, 티가 나는 청소년이다. "우하 우하 우하" 신나게 존재감을 드러내던 녀석이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을 때 앞에 있던 청년이 고개를 휙 돌려 아들을 쳐다보더니 나에게 말을 건넸다. “저도 자폐성 장애인이에요!”난데없이 휙 들어온 고백. “아, 그래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같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 얼마 전에 운전면허를 딴 사실 등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기까지 그는 참 많은 얘기를 건넸다. 그는 ‘티 나지 않는’ 발달장애인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호가 바뀌어 헤어지게 되자 나는 그에게 (아직도 무발화인 아들을 대신해) “운전면허 따서 정말 좋겠어요. 어디서든 잘 살아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청년 참 잘 컸네’라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말을 잘하고, 운전면허를 따서 잘 컸다는 게 아니다. 처음 보는 타인에게 자신의 장애를 당당하게 밝히는 그 모습에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10여 년 전 “장애에 프라이드를 갖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장애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건 또 아니지 않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 나에게 ‘장애’는 그냥 하나의 상태일 따름이다. 나 또한 여러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당뇨가 있는 상태에 있기도 하고, 머리숱이 많은 상태에 있기도 하고, 지금은 배고픈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아들의 장애도 그러면 되는 것 아닐까. 발달장애가 있는 상태의 아들은 어쩔 땐 고기반찬을 좋아하는 상태에 있기도 하고, 학교에선 공부하기 싫어하는 상태에 있기 일쑤다. 단지 ‘장애가 있는 상태’에 있는 사람인 장애인. ‘좋다’ ‘나쁘다’의 어떤 가치 판단도 들어가 있지 않는, 지금 나에게 ‘장애’란 그런 것이다. 아직 장애에 대한 프라이드까진 가지도 못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만 해도 멀고 험했다. 알고 보니 엄마인 내가 앞장서서 엄청난 ‘장애 혐오’를 아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장애란 나쁜 것, 창피한 것이란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장애를 그렇게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봤기에 그런 부정적인 것을 갖고 있는 아들이 안 됐고, 불쌍했고, 때론 창피했다. 그래서 상동행동하는 아들의 팔을 잡아 내렸고 반향어를 말하는 아들의 입을 막았다. 부모로부터 그런 경험(나를 창피해하고 부끄러워하는 엄마)이 쌓여갈 때 어렸던 아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만약 내가 현재까지 그러한 장애 혐오를 이어갔다면 아들 또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중고등 특수교사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가 있다.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사춘기를 지나며 자신의 장애를 부정하는 당사자들이 있다고 한다. 특수학급으로 가려 하지도 않고, 발달장애인 친구들과는 일부러 어울리지 않으며, 비장애인 사회에 속하고 싶지만 또래 친구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인터넷 속에서 비장애인인 척 하며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매 순간 ‘장애’라는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부정하고 숨기고 혐오하며 살아야만 하는 삶이란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해 본다. 횡단보도 앞에서 만났던 청년은 처음 보는 타인에게 자신의 장애를 밝히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아무런 ‘티’가 나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었으면 누구도 몰랐을 텐데 그는 아들을 보자마자 ‘같은 장애’가 있다는 반가움에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소개하며 인사를 건넸다. ‘장애’가 있는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그 청년은 장애가 ‘프라이드’인 단계까지 나아갔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10여 전 나는 ‘장애’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것’의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지금 나에게 장애란 그냥 하나의 상태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10여 년 후의 나는 어떨까. 나도 장애가 프라이드인 인식의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그에 따라 아들 삶은 또 얼마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까. 나의 장애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아들 삶의 변화를 관찰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구나 싶다. 먼 길을 가기 위한 첫 걸음은 당장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부터. 오늘도 아들과 함께 발달장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며 세상 속을 돌아다니기로 한다. #함께웃는재단 #서플러스글로벌 #발달장애이야기 #자폐 #자폐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전문가칼럼 #장애인식 #자아정체성 #부모의마음 #포용사회
꿀이엄마 (자폐 블로거 / BCBA) “요즘 아들은 어때? 많이 좋아졌어?” 인사처럼 듣는 말입니다. 그때마다 전 이렇게 대답해요. “하나 좋아지면, 하나 나빠지고. 문제 하나 해결하면 저쪽에서 하나가 또 터지고. 늘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요. 그냥 근근이 ‘버티는’ 중입니다” 너무 우울한가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전 이 ‘버틴다’는 말 정말 좋아해요. 부정보다 긍정에 가까운 표현이라 생각하고요. 허벅지에 힘 빡 주고 우뚝 서서 어떤 시련이 와도 다 받아쳐 버리고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것, 코어근육이 단단해야 해낼 수 있는 이 멋진 것이 버티는 거라구요. 매일 매 순간 ‘존중하며 버티는’ 일상이지만 이 ‘존버’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지키려는 원칙이 있어요. 바로 “OWL” 버티는 부엉이가 되자는 겁니다. 갑자기 분위기 부엉이? 하시겠지만 OWL에 숨겨진 뜻을 알게 되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실 거에요. 제가 이 단어 조합을 처음 본건 어느 특강에서 언어발달지체 아동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발달촉진프로그램인 ITTT(It Takes Two to Talk)에 대해 들었을 때였어요. 이 프로그램은 자녀의 언어발달 유도를 위해 부모가 아동의 동기와 주도를 이끌어 내고, 기회를 주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어떻게 자녀가 주도하게 하느냐? 우선 얼굴을 마주 대고 바라보면서 OWL 하는 전략을 쓰라고 해요. O는 Observe: 아이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고 W는 Wait: 기다림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이에게는 상호작용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 부모가 말한 것에 대해 반응할 시간을 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L은 Listen: 아이의 말과 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겁니다. 방해하지 않고, 오롯이 온 정신을 아이가 하려는 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죠. 세심하게 관찰하고, 차분히 기다리고, 아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OWL 전략, 정말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끝없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기뻐하고 움직이도록 기다려 주는 것인데요. 이게 말이 쉽지 실천은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저처럼 성질이 급해서 마음보다 말이 반 발짝 더 앞서 나가고 프린터에서 인쇄물 나올 때 종이를 잡아끌며 ‘유도분만’하는 사람한테는 OWL이 참 어렵습니다. 회개타임 좀 갖겠습니다. 제 과거를 돌이켜보면 OWL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았던 것 같거든요.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 애만 뒤로 쳐지는게 속 터져서, 내 아이를 차분히 관찰하며 기다려주기보다는 남의 아이 잘 하는 것에 좀 더 눈을 돌리며 비교하고, 속상해 했죠. 기다려주기보다는 “나를 따르라” 불도저처럼 아이를 끌고 이 병원 저 센터 팔도유랑을 하기도 했고요. 아이가 내는 의미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반응해주기보다는 “도대체 뭐라는 거니?” 아이를 다그치며 제발 ‘제대로 된 사람 말’을 좀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었고요. 저도 엄마는 이번 생애 처음이라 미숙해서 부엉이보다는 토끼같이 살았네요. 반성합니다. 주도하려 들지 말고, 대신하려 하지 말고, 끼어들려 하지 말고, 재촉하려 하지 말고, 테스트하려 하지 말고.. 부엉이 엄마도 결코 쉽지 않아요. 우선 나를 내려놔야 하고,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버틸 수 있는 마음의 코어근육을 꽤 두텁게 키워야 해낼 수 있거든요. 그렇게 버티면서 지켜보고, 기다리고,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기특하게도 한뼘 두뼘 자라나 있더라구요.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라죠? 인내하며 지혜를 발휘하는 엄마들, 버티는 부엉이로 오늘을 살아내시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함께웃는재단 #발달장애 #자폐 #자폐인 #오티즘 #양육팁 #부모교육 #OWL전략 #발달장애이야기